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2020년에 개봉한 대한민국의 영화입니다. 1995년을 배경으로, 다니는 회사의 폐수 유출 사건을 목격한 말단 사원들이 이를 고발하기 위해 움직이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고졸 출신의 여성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사회적 차별과 편견을 극복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그려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배우 고아성, 이솜, 박혜수가 출연하였으며, 제57회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작품상, 제41회 청룡영화상 여우 조연상, 음악상, 미술상을 수상하였습니다.
평가
복식과 음악, 직장 생활 등에서 1990년대 사회상을 잘 살려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캐릭터를 잘 구축한 부분도 장점. 주연인 고아성, 이솜, 박혜수가 연기한 캐릭터들의 개성과 케미는 물론, 다양한 조연들도 또렷이 기억되도록 잘 짜인 조형술이 호평을 받았습니다. 귀여우면서 잘 짜인 연출, 감각적인 촬영 및 조명, 빠른 전개와 어우러지는 빠른 편집도 모두 호평받았으며, 영상미와 작품 분위기가 귀엽다는 평도 많습니다. 특히 달파란의 음악에 대해서는 극찬이 많습니다. 다만 종종 보이는 유치한 연출들과 특히 판타지스러운 결말부가 지적받기도 합니다.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세밀하게 묘사되지 않고 비현실적으로 마치 탁상행정이나 만화를 보는 것 같이 전개되는 부분들도 보입니다. 상업영화의 공식과도 같은 권선징악을 통한 감동적인 엔딩이긴 하지만, 관객에 따라 이 부자연스러운 엔딩 때문에 평가를 깎기도 합니다. 실화가 그저 영화 모티브로서만 존재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1990년대에 두산이 사고 친 걸 가지고 롯데가 삼성을 까는 영화'라는 관람평도 있습니다. 실화에서 대구 시민들이 힘을 합치고 두산전자에 항의하는 모습이 영화에 전혀 반영되지 못한 채, 당시 상황으로서는 일어날 수 없는 판타지스러운 결말로 흘러가는 점이 잘 나가던 전개에 아쉬움을 줍니다. 또한 실화에서는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소수의 시골 사람들이 아니라 다수의 대구광역시 시민들이었고, 시민들의 연대로 사건을 덮을 수 없게 되자 두산 박용곤 회장이 사퇴하게 되었습니다. 낙동강 페놀 유출사건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영화에 몰입 자체가 안 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다르게 보자면, 워낙 옛날인 29년 전의 일이라 그를 기억하는 관객이 더 적을 테고, 이렇게 영화를 만들어도 알아채는 사람이 드문 소재라 가능했던 각색이기도 합니다.
시대 연출 오류
작품 중간중간에 1995년 당시 시대 배경과 어긋난 간판이 나오는데, 특히 로케트밧데리 간판은 2000년대 이후 로고다. 또한 아임삭 로고가 등장하는데 아임삭은 1999년까지 신우산업부품이었습니다. 승강장으로 들어오는 2호선 차량은 1989년에 제작된 GEC 초퍼 제어 전동차 290 편성인데, 배우들이 문짝 창문에 가까이 대고 소리치는 씬은 2005년부터 들여온 들어온 스뎅바디 신차입니다. 1990년대 중반에는 당연한 소리지만 스크린도어는커녕 펜스도 없었고, 그걸 영화상에서 나타내기 위해 여러 부분을 별도로 촬영하고 VFX를 사용하여 합성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해당 전동차에서 나오는 구동음이 서울교통공사 5000호대 전동차 구동음입니다. 다만 해당 전동차의 귀신이 곡하는 듯한 구동음이 유독 별나다 보니 여러 드라마, 영화에서 시각효과로 많이 쓰이긴 했습니다. 극 중 이자영(고아성 분)의 머리스타일은 영화적 허용이라고 봐야 합니다. 그 시절 대기업이라는 보수적이기 짝이 없는 필드에서, 남녀를 막론하고 사원이 머리 염색을 한다고 하는 건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서... . 실제로 등장인물들 중 이자영을 제외하면 머리를 탈색한 사람이 없습니다. 심지어 방송가에서도 사전심의 철폐로 설왕설래가 있었을 때이고, 김종서가 머리가 길다는 이유만으로 KBS 방송출연금지를 당하다가 해제된 게 1995년 그 해입니다. 극 중 정유나(이솜 분)처럼 검은 머리에 스타일을 주는 건 일반인 사이에서도 많이 유행했지만, 일반 사람들 사이에서 염색이 유행한 건 1998~1999년도 1세대 아이돌의 유행이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간 이후입니다. 참고로 극 중 심보람(박혜수 분)의 바가지머리도 2000년대 후반 이후에 다시 유행하기 시작한 것이고, 1995년 시점에서는 유행에 뒤처진 촌스러운 머리로 인식되었습니다.
비하인드 스토리
영화 시작 시 텔롭에 '1990년대에 일어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라고 하는데, 낙동강 페놀 유출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특히 영화 초반부터 페놀 방류가 대놓고 나오며 회사 경영상 위기의 내용은 2000년대 중후반 있었던 론스타 게이트와 비슷합니다. 1997년 외환 위기 사태가 벌어진 1997년 이전까지 1990년대 한국/경제는 호황기여서 지금보다 취업이 훨씬 쉬웠습니다. 바꿔 말하자면 이는 "상업고등학교 출신은 아예 대리 달 꿈도 꾸지 말아라"라고 하는 유리천장에 가까운 장치로 기능합니다. 삼진은 굴지의 대기업이라 여기 모인 상고 출신 여직원들은 다 학교에서 1~2등을 다투던 수재이지만, 그럼에도 '고졸은 고졸일 뿐'이라는 인식하에 아예 인사고과 자체에서 제외되는 등 차별받으며 만년 잡일만 하다가 결혼하고 임신하면 잘리는 게 확정인 인생이었다는 것입니다. 마크 러팔로가 주연한 영화 다크 워터스와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 오염수 방출로 인해 인근 주민들이 피해를 입은 점, 거대 기업의 은폐와 그것을 파헤치는 주인공이 힘겨운 사투를 벌인다는 점 등입니다. 방대한 서류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고생하는 점까지도 비슷합니다. 차이점은 다크 워터스는 결말까지 실화를 거의 따랐으나 "삼진그룹 영어 토익반"은 약간의 신파와, 권선징악을 적용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했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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